슈퍼 히어로 파월이 슈퍼 인플레이션의 원인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경제를 무너트릴 수도 있습니다" 2020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중앙은행총재 포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의장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제적 위험성을 처음 알려줬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침내 중국 국경을 넘어 한국으로 침투했고 온 나라가 혼돈에 빠져 있을 때였다. 마침 파월 의장과 이주열 총재는 세계중앙은앙 총재 포럼에 참석하고 있었다. 파월이 먼저 이주열 총재에게 단독 면담을 요청했다. 코로나가 글로벌 공급망에 어느 정도 충격을 줄지 가늠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미국으로 건너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경험상 아시아의 전염병 창궐은 미국 입장에선 수요 위축보단 반도체 등 공급망 교란과 더 깊이 관련 돼 있었다. 지난 20년 간 중국은 미국의 로우엔드 공장이었고 한국은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밴더였고 대만은 미국의 시스템 반도체 밴더였다. 그렇다고 중국측에 코로나 상황을 캐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은 코로나 현황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파월한텐 한국의 이주열 총재가 가장 믿을만한 소식통이자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었다. 이주열 총재에게 직접 들은 코로나 상황은 파월이 우려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이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는 정도에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미국 본토에 상륙하면 직접적인 경제적 충격을 주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파월은 코로나 창궐이 결국엔 미국으로의 제품 공급 뿐만 아니라 미국 내부의 수요 측면도 크게 손상시킬거라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곧 연방준비제도의 관할 구역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의미였다. 연준이 아시아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건 백악관과 재무부와 상무부의 소관이다. 대신 연준은 경제적 충격으로 위축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통화정책 수단을 갖고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슈퍼 달러의 권능을 쓸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