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구리 관세, 자유무역의 종말과 달러 패권의 한계 보여줬다
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 수입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미국 구리 선물가격이 13% 급등, 파운드당 5.6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989년 이후 가장 큰 단일 거래일 상승폭으로 시장의 충격이 그만큼 컸음을 시사한다. 반면 같은 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0.3%만 상승해 극명한 대조를 보이며 전 세계 원자재 시장이 지역별로 분할되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신호를 발산했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리는 끝났다. 우리의 연구가 완료됐다"며 7월 말 또는 8월 1일 관세 시행을 예고했다. 그동안 상무부는 1962년 통상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구리 시장을 조사해왔다.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관세 발표 직후 LME의 핵심 스프레드가 급격히 축소됐다. 관세 발표를 앞두고 6월 말까지 미국으로의 구리 운송 러시로 인해 창고 재고가 급감하면서 치솟았던 가격 차이가 붕괴한 것이다. 미국으로의 수출 수요가 사라지면서 한 달 만에 처음으로 현물 구리가 3개월 선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지난 수개월간 트레이더들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구리를 구매해 뉴욕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차익거래를 활발히 진행해왔다. 그러나 관세 부과가 임박하면서 이런 기회가 사라지고 그 영향이 가격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지역별로 나뉘고 그 영향력을 시장이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발표 이후 뉴욕 선물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급등하면서 코멕스와 LME 간 가격 프리미엄이 화요일 138% 급등해 톤당 2600달러를 넘어섰다. 런던 소재 벤치마크 미네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50% 관세가 8월 초 시행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은 톤당 약 1만5000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반면, 세계 다른 지역은 1만 달러만 지불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