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술패권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반도체산업 육성법(CHIPS and Science Act)'에 9일(현지시간) 서명했다. 지난달 민주와 공화 양당의 초당적인 지지를 받으며 연방 의회를 통과한 이 법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과 연구 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총 2800억달러(약 366조원)을 투자,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설을 위한 지원 390억달러를 비롯, 연구 및 노동력 개발 및 지원을 위해 110억달러가 투입된다. 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를 위해 20억달러가 투입되는 등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총 520억달러가 사용된다. 특히 삼성전자 등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게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게 되며 첨단 산업 연구 등에도 2000억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은 양당 의원들을 비롯해 HP, 인텔 등 기술 기업 경영진, 노조 위원장 등 다양한 인사들과 수백 명의 미국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서명 직후 성명을 통해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 한 미국을 위한 단 한 번뿐인 투자가 이뤄졌다. 50년, 70년, 그리고 100년 후 우리의 후손들은 이 역사적인 날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법안은 미국이 기술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패권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1990년대 37%에서 현재 12%로 감소했다. 이는 인건비나 인프라 측면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보다 생산 단가가 높기 때문으로, 법안에 담긴 투자 지원을 통해 반도체 기업들을 적극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백악관은 미국 기업들이 50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실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 능력 구축을 위해 향후 10년간 4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며 최대 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이는 앞서 발표한 1500억달러 글로벌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백악관은 "이번 투자만으로도 메모리 칩 시장에서 미국의 시장 점유율이 2%에서 10%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퀄컴과 글로벌파운더리도 42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칩 제조와 관련한 파트너십을 발표하는 등 반도체산업 육성법 공표와 맞물려 관련 기업들의 화끈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공식 서명하면서 미 텍사스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의 인텔, 대만의 TSMC 등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공급망 혼란이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부품 부족에 따른 안보 위협으로까지 확산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싸움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