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글로벌 전략은 더이상 글로벌하지 않다
지난 4월 17일부터 20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제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한상대회)는 표면적으로는 교민 비즈니스인의 축제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자리는 트럼프 시대의 부활을 대비하는 실전형 테스트베드였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점은 네트워킹이나 연설이 아니었습니다. 트럼프 핵심 진영의 경제 라인과 한국 대기업 리더들, 그리고 전략적 거점 지역 정치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입니다.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중소기업청, SBA)인 켈리 레플러 청장의 참석은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한국 기업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였고, 동시에 “미국 내 제조업 복귀를 위한 핵심 퍼즐로 한국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올해 한상대회가 열린 조지아주는 단순한 투자처가 아닙니다. 현대차의 전기차 메가플랜트, SK온의 배터리 공장, 한화큐셀의 태양광 허브 등은 트럼프식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내러티브에 정확히 들어맞습니다. 이는 단순한 '투자’가 아닌 ‘정치적 자산’이 됐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진영은 이들 한국 기업의 투자와 고용 창출을 자신들의 정책 성과로 흡수하려는 의도가 명확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5년 한상대회는 한국 기업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제 미국은 한국 기업을 수출(수입) 파트너로 보지 않고 경제·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중요한 전략적 전환점에 와 있습니다. 이제 공급망 보다 관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즉, 한국 기업은 단순한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정치적 레버리지’를 확보한 미국 내 경제 행위자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왜 이곳에 투자하는지,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정치 언어로 설득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또 연방 차원의 접근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경제 리더십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이 중요합니다. 글로벌 전략은 더 이상 글로벌하지 않습니다. 로컬의 총합이 곧 글로벌 전략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성공하고 싶으신가요?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시대, 경제도 정치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한국 기업의 투자 스토리는 이제 단순히 ROI가 아닌 ‘미국의 일자리(American Jobs)’, ‘지역에서의 성장(Local Growth)’, 안보 동맹(Security Alliance)과 같은 정치적 내러티브로 번역되야 합니다.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아닌 ‘메이드 위드 아메리카(Made with America)’ 전략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한미 상호 투자, 공동 R&D, 조인트벤처, 대학 협력 등 공동 가치 창출형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애틀랜타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더밀크가 느낀 인사이트였습니다. 더 이상 ‘우리가 미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우리가 미국과 함께 무엇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