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뷰스레터 독자 여러분. 저는 지난 2007년 12월 새 직장에 취업해 미국에 왔습니다. 제 기억으로 당시 미국의 경제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회사는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08년 여름 회사의 전 사원은 올랜도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워크숍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모든 게 풍족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제 주변에는 집을 여러 채 소유한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한두 채도 아니고 4~5채씩 집을 샀다가 매각하면서 수익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가 가능했습니다. 특히 ‘신용(Credit)’에 상관없이 쉽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2008년 하반기부터 ‘악몽’의 시간이 왔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기 때문인데요. 제가 다니던 회사의 직원은 경기침체 기간 중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선배들은 자리를 잃었고, 동료들도 하루아침에 자리를 비우거나 다른 지사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광고 시장이 타격을 받자 회사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든 탓이었습니다.부동산 시장이 무너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그만큼 미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 돼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 모기지 대출 담당자 등이 업계의 많은 종사자들이 직장을 잃었고, 건설경기가 주춤해지자 실업자가 우후죽순 늘기 시작했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들은 모기지 대출 상환금을 갚지 못해 은행으로부터 집을 차압당한 후 거리로 내몰렸고, 소비심리 또한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문을 닫는 식당과 소매업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당시 애틀랜타의 한 한식당은 경영이 어려워지자 설렁탕 한 그릇을 3.99달러에 판매한 적도 있습니다.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초토화됐습니다. 시기를 잘못 맞춘 부동산 개발업체는 건물을 짓다 말고 파산 선고를 하기도 했는데요. 소매 업체가 망하자 렌트를 채우지 못했고, 잘 지어놓은 상가 건물은 텅텅 비어서 흉물처럼 남아있기도 했습니다. 상업용 건물 대출자들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이자 이번엔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제가 사는 조지아주에서는 수십 개의 은행이 파산하면서 ‘은행들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였는데요. 당시의 경험 때문에 ‘부동산 시장 붕괴 = 경기 침체’라는 나름의 방정식이 제 머릿 속에 깊이 박혀있습니다. 최근 미 경제와 부동산 시장을 보면 당시의 악몽이 ‘오버랩’ 되기도 합니다. 당시 금융위기는 2000년대 초반 IT버블 붕괴 - 911사태 - 아프간, 이라크 전쟁- 미 정부의 경기부양책 - 초저금리 정책- 유동성 파티 - 부동산 버블 - 그리고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졌습니다.이번에는 코로나19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미국의 경기부양책 - 초저금리 정책 - 유동성 파티로 인한 인플레이션 급등까지 진행됐습니다. 아직 어디서도 버블은 터지지 않았는데요. 미 중앙은행인 연준은 경제 연착륙을 위해 시장을 달래가면서 통화정책을 펼쳤지만,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자 ‘자이언트 스텝’ 단행으로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이에 많은 경제학자와 기업 그리고 시장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오늘 뷰스레터에서는 지난해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미국의 주택시장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분위기, 그리고 달라진 환경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트렌드를 다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