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현장 아우성 "전기차, 안팔려요. 배터리도 남아돌아요"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의 한 관계자는 현 EV 시장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EV 판매가 너무 줄면서 회사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다"며 "배터리 재고가 많고, 팔리질 않으니 작년 말에는 1~2주간 공장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연말께 가동률을 다시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K배터리 기업들이 생존경쟁에 나섰다. EV 업계가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원가절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SK배터리 아메리카와 같이 미국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실제 SK배터리 아메리카 공장은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인력 감원을 실시했다. 당초 2500명 수준으로 계획했던 인력을 1000여 명이 늘어난 3500명 수준으로 늘렸다가 수요가 급감하고 업황이 나빠지자 급하게 인력을 감원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대 500여 명을 줄인 것으로 안다"며 "인력 수준을 3000명 밑으로 가져갈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주재원 숫자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 관계자는 "초기 피크 당시 주재원 숫자가 60~70여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상당수가 미국 내 다른 법인으로 전환 배치되거나 복귀했다"며 "비용절감 차원에서 주재원들을 본사로 복귀시키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만 보면 회사가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면서 "포드의 F-150 라이트닝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포드향 배터리 수주가 줄었다. 이 때문에 현대차향으로 라인을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문제는 생산라인을 다시 구축하려면 수천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현재 조지아주 카터스빌 현대차-SK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 현장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드나 폭스바겐 등 기존 고객군의 EV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SK입장에서는 현대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