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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시대, 반도체의 병목이 세상의 모든 자본을 흡수하고 있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자본은 더 집중되고 공급의 병목은 더 악화된다. 아이러니하지만 병목을 해결하기 위한 자본의 급등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꼴이다. 흥미로운 점은 월가의 시선이 이동하는 것이 반도체를 이끄는 엔비디아도, 브로드컴도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기관들의 자금이 가장 공격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부문은 바로 발전소 건설업체다.
크리스 정 2026.03.10 18:42 PDT
엔비디아가 또 다시 해냈다. 월가의 기대를 압도하는 실적.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이 1년 내내 벌어야 하는 매출을 엔비디아는 단 한 분기에 만들어냈다. 25일(현지시각) 발표된 2026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은 681억 달러로 전년 대비 73%가 성장했고 데이터센터 부문만 623억 달러로 75% 급증했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1.62달러로 컨센서스를 여유있게 넘겼다. 가이던스 역시 서프라이즈였다. 1분기 가이던스 780억 달러는 월가 예상을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회했다. 연간 매출 2159억 달러, 잉여현금흐름 967억 달러, 그 어떤 기준으로 봐도 흠잡을 데 없는 분기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실적 발표 이후 장중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5% 이상 떨어졌다. 무려 2025년 4월 '해방의 날'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예상치 못한 주가 하락에 S&P500 지수 역시 1.2% 하락하며 메가캡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됐다. 월가 투자은행인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은 "투자자들이 이 시점에서 더 무엇을 듣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고 쓸 정도로 당혹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엔비디아의 실적 그 자체가 아니다. AI가 만들 세상이다.
크리스 정 2026.02.26 12:30 PDT
생성형 AI 이후, 소프트웨어의 전례없는 활황기는 짧았다. 2025년까지만 해도 AI 소프트웨어 시장은 '데모 한 번이면 계약이 성사되는' 활황기였다. 하지만 이 시기는 결과적으로 '사람'이 사용하는 AI의 마지막 단계였다. AI 고객서비스 스타트업인 리갈(Regal)의 알렉스 레빈 CEO은 짧았던 호황기를 이렇게 기억한다. 그는 "대기업이 보통 1~2년 걸리는 구매결정을 2~3개월 만에 내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가트너 추산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소프트웨어 지출은 무려 1조 2490억 달러(약 1800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그 짧았던 소프트웨어 호황기는 끝났다. 2026년의 소프트웨어 산업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레빈은 현재 평균 판매 사이클이 약 6개월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물론 과거보다는 여전히 빠르지만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검증 과정은 훨씬 복잡해졌다. 기업들은 이제 법무팀과 재무팀 등 더 많은 내부 관계자를 구매 평가에 참여시키고 있고 투자대비수익(ROI)에 대한 검증 기준을 대폭 높이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에이전틱 AI의 등장으로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준이 훨씬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목할만한 수치가 있다. 가트너가 2025년 중순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고객서비스 부문 리더 중 생성형 AI를 통해 핵심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했다고 답한 비율은 겨우 11%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고객서비스 분야는 현재 AI 기술이 가장 성숙하게 적용 된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럼에도 관련 업계가 전반적으로 실망스런 결과를 내놓은 이유, 즉 AI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크리스 정 2026.02.19 06:07 PDT
메타플랫폼(META)이 거대한 전환을 선언했다. 2021년 "메타버스가 미래다"라고 외치며 사명까지 바꿨던 기업이 4년 만에 그 유산을 청산하고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의 방향이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이 물리적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예고했다는 점이다. 메타의 이번 전환은 투자 규모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메타는 과거 메타버스 사업부에 5년간 약 710억 달러를 투입했으나 AI 투자는 지난해에만 7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번에 투입되는 투자 규모는 무려 1조 달러가 넘는 메가 프로젝트로 메타의 현금 운용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메타는 10년 내 수십 기가와트(GW), 장기적으로는 수백 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 하드웨어 기준 1GW급 단지 하나에 약 500억 달러가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커버그의 계획은 곧 조 단위의 지출을 의미한다. 메타버스가 사실상 '실패작'이었음을 인정한 메타가 과연 AI로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시장의 관심은 메타의 계획 뿐 아니라 자금 조달의 가능성에까지 미쳐있다. 이런 수준의 투자 계획은 실패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다. 사실상 기업의 사활을 건 것이다.
크리스 정 2026.01.23 10:17 PDT
지난 8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테크 박람회인 CES에 100년 역사의 중장비 회사 CEO가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섰다. 중장비 회사가 "왜 최첨단 기술 박람회에 참여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청중을 향해 캐터필러의 조 크리드 CEO는 "기술의 병목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물리적 세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의 광고 대행사 중 하나인 유럽의 하바스는 같은 시기, 2만 3000명의 전 직원을 AI 전문가로 전환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10억 유로의 투자를 발표했다. AMD의 리사 수 CEO는 향후 5년간 전 세계 컴퓨팅 용량이 단 수 년 만에 100배 확장될것이라 선언했다. CES2026에서 AI와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CES는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특히 올해 CES는 AI 혁명으로 인한 기술의 발전과 트렌드를 투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AI가 기업 문화와 인프라에 녹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해결방법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자본의 흐름 역시 기술의 흐름대로 따라간다. 자본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그리고 다시 물리적 AI의 하드웨어로 흐르고 클라우드에서 엣지로,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AI의 발전 속도는 충격적일 정도로 빠르고 시장은 기술 트렌드를 선행하기는 커녕 따라가기에도 벅찬 수준이다. 이에 더밀크는 CES2026의 대표 기조연설을 통해 바라본 5대 핵심 키워드를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크리스 정 2026.01.12 17:52 PDT
1월 8일(현지시각), 세계 최대의 테크 박람회인 CES2026 무대에서 100년 역사의 중장비 제조사인 캐터필러의 CEO인 조 크리드가 올랐다. 그는 청중에게 물었다. "왜 노란 중장비 회사가 여기 있을까?" 많은 청중들이 궁금해할만한 의문이었다. 왜 포크레인을 파는 중장비 회사의 CEO가 AI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소개하는 테크 박람회에 기조 연설자로 섰을까? "디지털 세계는 물리적 기반 없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크리드 CEO의 답은 현재 AI 인프라 시장이 처한 핵심 키워드를 꽤뚫는다. 실제 AI 칩이 늘어날수록 구리와 리튬과 같은 원자재 채굴이 증가한다. 데이터센터가 확장될수록 건설과 전력 공급이 병목이 된다. 지난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연쇄 정전은 물리적 기반의 병목이 초래하는 충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동안 시장은 엔비디아와 오픈AI에 집중했다. 하지만 크리드는 "오늘날 기술의 가장 큰 병목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물리적 세계에 있다"며 2026년 AI 시장이 처한 현실을 명확히 짚어낸다. 캐터필러는 이 물리적 기반을 '보이지 않는 레이어(Invisible Layer)'라고 정의했다. 채굴, 건설, 전력.이 세 가지 영역 없이는 AI 혁명은 멈춘다. 그리고 이 영역은 이제 AI와 자율성이라는 기술의 도움으로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 자본은 이제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클라우드에서 땅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중장비 기업 캐터필러가 CES 무대에 선 이유다.
크리스 정 2026.01.08 08:56 PDT
세계 최대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2026 현장에서 17번째 연례 기술 보고서 '테크 트렌드 2026'을 발표하며 AI가 기업 인프라의 핵심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딜로이트 CTO 빌 브릭스가 월마트, 메타, 세일즈포스 임원들과 함께 진행한 패널 토론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다. 문제는 AI 기술을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기업이 자본과 조직 구조를 얼마나 빨리 AI 인프라로 전환하느냐가 향후 10년 밸류에이션을 결정한다는 것이다.AI 인프라를 기업 문화와 기술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녹여내느냐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크리스 정 2026.01.07 16:09 PDT
2025년 12월,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연쇄 정전이 발생했다. 20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무려 13만 이상의 가구와 도시의 주요 인프라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이는 그대로 궤멸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자율주행 택시인 웨이모는 꺼진 신호등을 해석하지 못하며 도로 한복판에 멈춰섰고 이는 교통 대란으로 이어졌다. 기술 혁신의 성지로 불리던 베이 지역의 스마트 시티가 순식간에 마비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를 단순히 전력 인프라 노후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의 사례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폭증과 낡은 전력망의 물리적 한계가 정면으로 충돌한 첫 번째 경고음이다. 지금까지 시장이 경고했던 AI 전력 인프라의 한계가 드디어 현실에서 발현된 것이다. 시장은 그동안 AI 혁신의 가장 큰 병목으로 엔비디아(NVDA)의 GPU 공급 부족에만 집중해왔다. 하지만 AI 혁신의 확산을 막는 진정한 병목은 '칩'이 아니라 '전력'임을 실리콘밸리가 보여준 것이다.
크리스 정 2026.01.02 15:29 PDT
분산 투자는 없다.블랙록은 2026년 투자 지형도를 설명하며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분산 투자는 신기루일 뿐"이라 단언한다. 역대급으로 치솟은 시장의 집중도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지수 투자는 분산 투자가 아닌 일부 소수의 기술주에 대한 집중 투자다. 월가도 이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의 주요 기관은 2026년 포트폴리오 전략을 'S&P500 추종'에서 '개별 종목 선별'로 전환했음을 선언했다. 지수는 더 이상 안전한 방패막이 되지 못한다. 거시적 환경과 산업의 변화에 수혜를 받고 견고한 재무재표를 보유한 기업들을 직접 선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2025년 하반기 금융 시장은 이런 추세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줬다. AI 투자는 급격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 AI 인프라의 대장주로 인식되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브로드컴과 오라클의 주가 하락은 투자 심리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에 대한 기대와 실제 이익의 괴리 때문이다. 월가는 이제 2026년을 'AI 투자의 회수가 시작되는 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밀크는 주요 월가 기관들이 공개한 2026년 '강한 확신(High Conviction)' 리스트에 오른 10대 기업들을 분석한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이 AI 경제가 '돈을 쓰는 단계'에서 '돈을 버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병목을 장악한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이들 기업은 AI 투자 회수 경로를 장악한 기업들이라는 키워드로 모아진다. 그 경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전력 공급, 칩 생산, 그리고 소프트웨어 수익화다.
크리스 정 2025.12.26 16:31 PDT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2026년 글로벌 투자 전망을 발표했다. 18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의 제목은 "Pushing Limits(한계를 밀어붙이다)"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블랙록은 현재 글로벌 경제가 물리적, 재정적, 사회정치적 한계를 동시에 시험하는 전환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AI 인프라 투자가 촉발한 자본집약적 성장 모델이 과거 150년간 유지되어온 미국의 2% 성장 추세선을 깨뜨릴 수 있는 첫 번째 현실적 가능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 거대한 베팅은 에너지 병목, 부채 누적, 시장 집중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긴장을 수반한다.
크리스 정 2025.12.24 17:32 PDT
월가의 낙관론이 폭발하고 있다. S&P500이 올해 현재(18일 종가기준)까지 약 15% 상승했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20%를 넘고 3년 연속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전례가 많지 않은 기록이지만 월가는 긍정적이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목표가를 7600으로 제시했고 모건스탠리는 7800으로 제시하며 내년에도 두 자릿수의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동력은 여전히 AI 혁명으로 인한 폭발적인 성장이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S&P500 목표가 7700을 예상하며 "생산성 향상이 견조한 경제를 촉진하는 '광란의 2020년대' 시나리오"를 언급했다.근거는 명확하다.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의 2026년 이익 증가율을 14%로 전망한다. 4분기 실적 추정치는 7.7%에서 8.2%로 상향됐다. 연준은 2025년 1.7%였던 성장률이 2026년 2.3%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있다.하지만 이 낙관론에도 전제가 있다. 고용시장과 소비 지출에서 명확히 경기둔화의 흐름이 관측되는 상황에서 과연 기업들이 실제로 14%의 이익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가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이후 미 노동시장의 실업률은 꾸준히 올라 4.6%로 증가했다. 일시적 둔화가 아닌 명백한 추세다. 그럼에도 AI에 대한 민간 투자는 성장을 견인하는 모멘텀이다. 글로벌 테크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는 2026년 글로벌 AI 지출이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1.5조 달러에서 33% 증가하는 규모다.문제는 이 막대한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전환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크리스 정 2025.12.19 12:57 PDT
'서사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시장은 '실행을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AI 인프라의 차세대 주자로 양대 축인 브로드컴(AVGO)와 오라클(ORCL)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발표했다. 숫자는 완벽했다. 브로드컴은 2025 회계연도 매출 6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4%의 성장을 기록했고 AI 반도체 매출만 200억 달러로 65%의 성장을 기록했다. 향후 18개월 납품 예정인 주문 잔고만 730억 달러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52% 증가했고 미이행 계약 잔고(RPO)는 무려 1380억 달러를 달성했다.하지만 브로드컴 주가는 4.92% 하락했고, 오라클은 6개월 최저치로 급락했다. 시장의 요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실적에도 주가는 급락했다. 이는 AI 관련 섹터 전반에 상당한 충격파를 보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번 실적 발표가 던진 가장 중요한 신호는 AI 투자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시장은 "AI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서사(narrative)만으로 기업 가치를 정당화했다.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들은 기대와 실적이 부합했지만 많은 기업들이 미래 수익에 대한 확신 없이도 밸류에이션이 폭등했다. 하지만 2025년 말, 시장은 질문을 바꾸고 있다. 기업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AI 투자는 정말로 수익으로 전환되는가?"를 묻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이 이들의 주가 하락에 대해 입을 모아 지적한 'Show-Me Story'(실행 증명)'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시장은 이제 기대에서 실행, 그리고 증명의 스토리를 요구하고 있다.
크리스 정 2025.12.12 09:47 P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