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2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였습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전미기술협회(CTA)에 따르면 2200개의 기업과 4만명 이상 참관객, 1800여개 미디어가 참여했으며 참가자 중 30%는 미국 외 지역에서 온 참가자였습니다. 참가한 업체들은 2년 만에 열린 오프라인 이벤트에 각 회사의 신제품과 차별화된 비전을 알려야 했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급속도로 퍼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와도 싸워야 했습니다.CTA는 코로나19 백신을 두 차례 맞은 참관객들만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고 현장에서 테스트 키트를 두 차례 무료로 배포했으며 행사를 4일에서 3일로 단축했습니다. 그럼에도 오미크론 확산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적잖은 분들이 이 같은 조치에도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차 백신, 그리고 부스터 샷까지 접종한 분들은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증상으로 시간이 지나 극복하는 장면도 봤습니다. 참가한 기업들이 직원들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전쟁터에서 새 희망을 봤습니다. 더밀크 주최의 K 이노베이션 나이트에서 많은 분들이 모여 혁신을 얘기하고 대한민국의 방향을 토론하니 대면 만남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줌 회의보다 얼굴을 맞대고 사회적 상호작용하는 효과는 컸습니다. 미래를 재정의할 혁신 제품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서비스를 눈으로 목격하니 향후 방향을 알 수 있었습니다.2022년은 오미크론 변이와 함께 시작했지만 집단 면역 달성이 앞당겨질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CTA의 대응과 참관객들의 차분한 반응을 보면서 역사상 어느 때보다 바이러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경험을 쌓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결국 코로나는 풍토병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기업들이 환경,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를 뜻하는 ESG에 대해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도 현장에서 느꼈습니다. ESG를 홍보 수단으로만 삼는 ‘ESG 워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CES 현장에서 본 삼성전자, SK그룹, GM, 보쉬, 파나소닉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ESG를 주요 전시 메시지로 내세웠고 기술과 직원의 세대교체를 공식화했습니다. 탄소중립은 정부의 정책과 국제적 합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앞장서 실천해야 달성 가능하다는 것을 기업들은 알고 있었습니다.다만 2022년은 ESG 중에서도 환경(E)에 대한 중요성 못잖게 ‘사회적 책임(S)’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입니다. 팬데믹이 3년째 진행되면서 일자리와 일, 그리고 임직원의 건강에 대한 정의가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퇴사의 시대(Great Resignation)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인이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ESG는 환경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이슈라는 조사도 나옵니다. 현실은 각박하기 때문에 ESG보다 SEG가 더 와닿는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