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에 따른 바이어들의 주택 매입 경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셀러들이 마켓에 매물을 내놓고 집이 팔리기까지 대기하는 시간도 늘었다. 극심한 공급난이 다소 해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10만달러가 넘는 미친(?) 웃돈 경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요 대도시들의 주택 재고 증가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 6월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택 활성 리스팅은 전년대비 19% 증가했다. 이는 이 회사가 5년 전 지표를 조사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빠른 속도라고 CNBC는 전했다. 신규 매물은 1년 전보다 4.5% 증가했다. 전체 재고는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지역별로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의 주택 재고는 145%나 급증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113%,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는 112% 증가했다. 반면 마이애미는 16% 감소했고, 시카고, 버지니아 비치 등은 각각 13%, 1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니엘 헤일 리얼터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에도 추가적인 재고 증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뉴욕의 아파트 매매 시장도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지난달 맨해튼 아파트 매매 계약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CNBC는 전했다. 프레드릭 워버그 피터스 골드웰 뱅커 사장은 보고서에서 “지난 2분기 내내 둔화가 가속화했다”며 “입찰 경쟁이 줄고, 가격은 떨어지고, 재고는 늘었다. 계약 건수도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뉴욕 대부분의 지역과 모든 가격대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CNBC는 “모기지 금리 상승과 별 상관이 없는 부유한 계층이 몰려 있는 맨해튼 지역의 거래 감소는 다소 의외의 결과”라며 “맨해튼 거주자들은 높은 모기지 금리보다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손실을 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금리는 물론,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돈 많은 부유층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기지 금리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모기지은행가협회(MBA) 데이터에 따르면 금리는 지난 2주 동안 24bp 하락했다. 그러나 수요 역시 1주 전보다 5.4% 감소했다.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떨어진 수요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주택 재융자 신청의 경우 1년 전 같은 주와 비교해 78%나 급감했다. 조엘 칸 MBA 경제 및 산업담당 부사장은 “경기침체 리스크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수익률이 하락했고, 모기지 이자율이 2주 연속 하락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