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갑부의 대정부 로비를 막아달라"
의회에서 암호화폐 규제 논의가 활성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변수로 암호화폐 업계의 신흥 부호들이 떠오르는 양상이다. 최근 시장 급성장에 힘입어 부를 축적한 이들이 미국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조짐을 보이자, 이에 맞서 일부 기술전문가 및 학자 그룹은 경계의 목소리를 내는 등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미국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대표적 인사는 암호화폐 거래소 에프티엑스(FTX)와 알마에다 리서치를 창업한 샘 뱅크먼 프라이드(Sam Bankman-Fried)다. 그의 추정 순자산은 약 240억달러(약 29조 9500억원)가 넘는다. 그는 지난 4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소득의 1% 또는 연간 최소 10만달러를 제외하고 모든 재산을 기부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중 상당 부분을 정치권에 투입할 의사를 내놓고 있다.프라이드 창업자는 이미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캠페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520만달러를 기부하며 전체 기부자 중 20위권 안에 들었다. 여기에 더해 그는 25일(현지시각) 푸쉬킨인더스트리(Pushkin Industries) 팟캐스트에서 오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해 최소 1억달러에서 최대 10억달러를 정치권에 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개인이 기부한 금액 중 가장 큰 금액은 2020년 셸던과 미리암 아델슨 부부가 낸 2억1800만 달러였다. 민주당의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와 톰 스타이어가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7500만~1억 5000만달러가량을 기부한 점을 감안하면 그의 제시한 기부금은 상당한 액수다.그 외에도 순자산이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이상인 암호화폐 인사들이 늘고 있고, 이들의 자금도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는 추세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창업한 브라이언 암스트롱, 암호화폐 투자사 파라디움을 공동창업한 프레드 어삼(Fred Ehrsam), 제미니(Gemini)를 공동창업한 타일러, 캐머런 윙클보스 형제,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 창펑(CZ),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개발자,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최고경영자(CEO), FTX를 공동창업한 라이언 살라메(Ryan Salame) 등은 포브스가 집계한 부자 리스트 상위권에 등재됐다.향후 암호화폐 신흥 부호들이 미국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포브스는 이들을 “암호화폐 거물들(The Cryptocurrency Tycoons)”이라고 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