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04호에서 왔는데요. 이거 엄마가 드리래요" 20년 전, 우린 이웃의 얼굴을 기억했다. 엘리베이터 안 공기가 어색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밝게 인사하며 몇 층에 사는 누구인지 자신을 소개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저녁밥은 먹었는지, 학교는 잘 다녀왔는지 물어봐 주는 어른들이 있었다. 부모님이 늦게 오시는 날이면 옆집에선 밥을 먹고 가라고 했다. 외동으로 자란 나는 104호 언니가 있었고, 303호 동생이 있었다. 음식을 나눠먹고, 옷을 빌려주고, 물건을 고쳐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웃 간 추억을 쌓았다. 그렇게 우린 '동네'라는 작지만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자랐다. 언젠가부터 우린 이웃의 얼굴을 기억하지 않고 있다. 너를 궁금해하지 않고, 나를 궁금해하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누군지 알기는커녕 짧은 인사도 나누기 어려워졌다. 그렇게 변해버린 시대, 당근마켓은 다시 이웃을 연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이퍼로컬 지역생활 커뮤니티 앱을 지향하는 당근마켓은 2015년도 런칭 후, 2019년도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3월 누적 가입자 수 3000만 명을 돌파했다. 기존의 중고거래 서비스들을 제치고 당근마켓은 국내 지역 연결 커뮤니티 및 중고거래 플랫폼의 일인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창업자가 직접 가서 부딪히는 게 맞지 않을까요" 김 대표는 더밀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2021년 캐나다 토론토로 떠나 새롭게 정착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토론토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전단지부터 돌렸다"며 "큰 회사를 운영하다가 다시 (창업초기) 7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토론토, 밴쿠버, 캘거리 등 캐나다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화 작업을 1년에 걸쳐 마치고 캐롯(Karrot, 당근마켓 글로벌 서비스명)을 점차 넓혀갔다. 이제 당근마켓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진출 준비 중이다. 그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기존 서비스들을 제치고 "3~5년 내 북미 중고거래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