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지났을지 모릅니다. 인플레이션 수출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이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건 지난 3월부터입니다. 3월 FOMC에선 걸음마를 떼더니 5월 FOMC에선 빅스텝을 밟았고 6월 FOMC에선 자이언트 스텝으로 나아갔습니다. 7월엔 울트라 스텝을 밟나 했지만 일단 자이언트 스텝에서 멈췄죠. 무슨 파월 춤선생의 금리 인상 탱고 교실도 아니고 온갖 스텝이 난무합니다. 사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춤솜씨는 엉망이지만 제법 뛰어난 기타리스트입니다. 매년 연말마다 워싱턴 연준 본부에서 기타 연주회를 열 정도죠. 어쨌든 파월 의장과 연준이 이렇게 기타를 퉁기며 금리 인상 스텝을 밟는 이유야 분명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죠.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9.1%를 찍었으니까요. 너무 충격적이라 바이든 대통령조차 “도저히 인정못한다”며 “데이터가 뒤떨어진다”고 우겨댔을 정도죠. 이 발언만 떼어놓고 보면 트럼트 대통령이 한 말인줄 알았을 정도입니다. 바이든이 트럼프가 될 만큼 충격적이었단 얘기죠. 파월 춤선생의 금리 인상 칼춤 덕분인지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8.5%가 나왔습니다. 전달에 비해 0.6%p가 완화된 수치였죠.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됐다는 분석이 흘러나왔습니다.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된건 사실로 보입니다. 다행이지만 또 당연합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석달만에 2.25%p나 올렸는데 인플레이션 불길을 조금도 잡히지 않는다면 그게 더 큰 일일테니까요. 문제는 대다수 미국인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상승세입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은 인플레이션 실시간지수라는 걸 발표합니다. 어느 나라나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가 시장에 퍼지려면 몇 분기 이상 시차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클리블랜드 연준의 지표는 워싱턴의 높으신 연준위원들이 아니라 시장바닥 소비자들이 느끼는 현재진행형 체감 인플레이션율을 보여줍니다. 7월엔 6.05%였습니다. 8월엔 오히려 높아진 6.40%죠. 통계는 인플레이션 불길이 잡혔다고 말하는지 모르지만 서민물가는 아직이라고 외치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