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은 아이였습니다. 장래희망 란은 왜 3지망까지만 있는지가 늘 아쉬웠죠. '미래의 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저의 고민은 줄세우기식 입시와 결혼 및 출산이라는 두 개의 큰 산을 만나며 변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싶은가?"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수조건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학교와 직장이 나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누군가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끼워맞추기 바빴습니다. 토익점수, 자격증, 이력서를 멋지게 보이게 하는 활동으로 '(가고 싶은) 회사가 원하는 나'를 만들기 급급했습니다. 그렇게 20대의 '나'를 만들었습니다.30대의 '나'는 일의 의미를 생각할 여유가 더 없었습니다. 제가 둘째를 가졌을 때. 저는 "이제 곧 그만두겠네"는 소리를 들었고 같은 시기에 둘째를 가진 남자 동료는 "이제 더 열심히 일해야겠네"는 격려를 들었죠. 아이 둘을 기르는 엄마에게 "꿈이 뭐야?"라는 질문은 사치였습니다. 저보다 제 아이의 꿈이 더 중요했죠. 일의 미래, 미래의 일에 대한 저의 생각은 그렇게 당장 눈 앞에 닥친 현실을 헤쳐나가느라 가슴 한 구석에 접어둔 어린시절 추억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지내던 제게 팬데믹은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습니다. 더밀크에 합류하고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면서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일의 세계에 수많은 '나'를 다시 발견하기 시작한 겁니다. 미국에선 자발적 퇴사가 봇물을 이루는 '대퇴사의 시대(Great Resignation)'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한국에도 이 현상을 알리고 연구할 필요가 있어보였습니다. 더밀크가 '일의 미래 서밋'을 기획한 이유입니다.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은 백수가 된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가, 직장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자신을 끼워맞추던 사람들이 치열하게 '나'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수많은 N잡러를 낳고 있고, 고소득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한 이번 서밋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한 10명의 연사들이 주옥같은 이야기를 전해주셨는데요. 연령도, 직업도, 배경도 모두 다른 이들이 전하는 메세지는 신기할 정도로 하나의 핵심 단어로 수렴했습니다.일이 미래는 바로 '나에게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일찍 발견한 사람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한 사람들이 새로운 직업을 쉽게 찾고, 완전히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크리에이터를 하더라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