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미 하원은 아마존과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이른바 ‘빅테크’ 기업을 공부하느라 바빴다. 빅테크 반독점 청문회를 앞두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애플의 팀 쿡,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를 심문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하원의원들이 ‘과외선생’으로 모신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FT) 사장 겸 최고법무책임자였다. 1990년대 독점 기업으로 찍혀 분해될 뻔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렇듯 역사적으로나 규모로나 빅테크 공격 전략을 짜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기업이다.하지만 이제 흔히 말하는 ‘빅테크’에 속하지 않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규제 기관의 관심에서 약간 벗어난 틈을 타 무서운 속도로 M&A에 나서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이 반독점 관련 문제로 주춤하고 있는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뉘앙스 커뮤케이션(NUAN)을 197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M&A에 나고 있다.이 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커뮤니티 스타트업 디스코드를 100억 달러에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맞춤형 콘텐츠 추천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를 인수하기 위해 접근했지만 거절 당했고 지난해에는 틱톡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했다.지난해 연말 기준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진 현금은 1320억 달러.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A 쇼핑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웨드부시 증권(Webush Securities)의 댄 아이브스는 “마이크로소프트는 향후 12~18개월 동안 공격적인 M&A에 나설 것이며 뉘앙스 인수는 2021년 왕성한 M&A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지난 4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가 진행한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은 링크드인(262억 달러)과 뉘앙스, 깃허브(75억 달러), 제니막스(75억 달러)다. 반면 CNBC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빅테크 기업 중 50억 달러가 넘는 M&A를 진행한 기업은 2017년 홀푸드를 134억 달러에 인수한 아마존이 유일하다.어떻게 보나 빅테크와 다를 게 없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다른 빅테크와 달리 규제 기관의 관심을 덜 받는 걸까. 우선 가장 최근에 인수한 뉘앙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직접 경쟁을 하지 않는 기업이다. 이른바 수직적인 인수합병(vertical merger)이라는 얘기다.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뉘앙스의 소프트웨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달리 포식자로 인식되지 않는다. 나머지 4개 빅테크 기업이 하나의 산업을 대체한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체 산업 부분을 대체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예를 들면,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의 경쟁자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 산업의 독점적인 기업이다. 그럼에도 명확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제품이 공짜이기 때문이다. (이는 구글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독점은 주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는 점이 드러나야 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독점을 가격만으로는 가릴 수가 없게 된 셈이다.